오래간만에 하나 완성했습니다.
구판 1/100 자쿠I인데요.
이 키트는 참 특이한 게
분명 설정은 자쿠II보다 구식인데,
정작 키트는 자쿠II보다 더 새로운 기술로 제작되었습니다.
1/144도 그렇고, 1/100도 그렇고요.
물론 이런 현상은 자쿠II보다 나중에 킷이 개발되었기 때문이지만
애니에서 구식취급받던 자쿠I이
정작 킷에선 신식이 되어버린 상황이 좀 재미있더군요.
이름은 냄비자쿠라고 붙였습니다.
이유는 뒤에 설명드릴께요.
개조는 극히 일부분만 조금 손대고
있는 그대로 작업했습니다.
즉, 프로포션 변형은 전혀 없습니다.
요즘 건프라와 비교해보면
좀 얼빵해보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육덕진 모습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앞스커트 가동이 없기 때문에
허리에서 스커트로 내려가는 라인이 아주 매끄럽죠.
특히 등의 곡면은 미끌미끌한 게 정말 섹시합니다.
도색은 문방구표 아크릴 컬러에 붓도색입니다.
전체적으로 투박하면서도 육덕진 자쿠I입니다.
팔뚝이나 허벅지나 한 굵기 합니다.
얘도 등으로 말합니다.
머리, 팔, 다리는 동일한 방식으로 도색했는데요.
먼저 녹색으로 밑색을 깔고,
그 위를 노란색으로 거칠게 덧씌워줬습니다.
대신 완전히 차폐되도록 하지 않고
위에서 페인트가 흘러내린 것처럼
면의 하단부는 녹색이 그냥 드러나게 해서
상단에서 하단으로 갈수록
노란색에서 녹색으로 변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면봉에 흰색을 묻혀서
면봉자국 팍팍 내가며 거칠게 칠해줬습니다.
그런 후
먹선이랍시고 검은색을 아주 묽게 해서 넣어줬구요.
깜장 파스텔 갈아다 모서리 좀 더럽혀줬구요.
전 이 부분이 참 맘에 드네요.
녹색, 노란색, 흰색
그리고 검은색 파스텔이
명확한 경계없이 뒤섞인 모습.
몸통은 갈색, 검은색을 섞어서 칠해준 후
마찬가지로 면봉으로 흰색을 칠해줬었는데
너무 거칠게 나와서 튀더군요.
녹색-노란색-흰색 패턴에선
노란색과 흰색이 비슷해서 적당히 어우러질 수 있었는데,
검은색-갈색-흰색 패턴에선
갈색과 흰색이 너무 대비되어 어울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재도색을 했는데,(물론 아크릴 컬러라서 그냥 덧씌우기입니다)
팔레트(라고 쓰고 건프라 비닐이라고 읽는다)에
갈색, 검은색, 흰색을 서로 닿도록 짜주고
물을 몇 방울 떨어뜨려준 후,
섞지 않은 상태에서 면봉으로 찍어서 발랐습니다.
물감이 서로 닿아있긴 해도 섞이지 않았기에
하나의 면봉으로 칠하는 과정에서
적당히 섞이기도 하고, 적당히 색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가슴부분은 검은색-녹색-흰색 패턴입니다.
도색방식은 몸통과 동일한 시행착오, 동일한 시도구요.
도색을 갈색 검은색에 면봉으로 칠해주다보니
마치 곡면으로 된 나무의자처럼 생겼네요.
굴곡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백팩은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가슴 디테일업을 시도했습니다.
저 부품은 탱크부품에서 가져온 건데요.
결과는 허접하지만 나름 Kit Bashing을 시도해본 겁니다.
이건 머리 얘기할 때 다시 할께요.
이건 나름 질감표현한다고 시도해봤죠.
다른 분들 작례에서 주조느낌의 표면을 보고 시도해본 건데요.
퍼티로 어찌어찌한다고는 들었는데
정확히는 알 수 없었습니다.(나중에 알고보니 베이비파우더를 쓰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생각해본 것이
퍼티에 프라판 톱밥을 섞어서 바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섞어서 바르려 해보니
자꾸 뭉치고 지저분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퍼티를 조금 묽게 해서 표면에 발라준 후
프라판 톱밥을 눈내리듯이 뿌려줬습니다.
그리고 마른 후에 손으로 적당히 문질러서 털어줬더니
모래밭처럼 거친 표면이 나오더군요.
처음의 목표였던 주조느낌과는 거리가 멀어도
그래도 뭔가 되긴 되었습니다...;;;
어깨아머 도색컨셉은
자쿠I 레드숄더 커스텀....
이건 새끼 뿔입니다.
자쿠I이 자라면 나중에 자쿠II가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자쿠II 어깨아머에 있는 뿔의 유년기인 셈이죠..;;;
이 작은 뿔에 연방군의 피를 매일매일 뿌려주면
이 뿔이 무럭무럭 자라서 나중에 자쿠II만큼 커진다는 얘기...
자세히 보시면 어깨아머에서 뿔이 돋아나느라
뿔 주변의 표면이 조금 올라와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머리는 Kit Bashing을 시도해봤습니다.
Ma.K(SF3D)로 유명한 요코야마 코우.
그 사람이 Ma.K를 제작하는 방식이 Kit Bashing이라고 하더군요.
기존의 키트의 부품을 적당히 조합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
어릴 적 본드를 흡입하며 반환각상태에서 프라모델을 조립해보셨던
30대 분들이시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집에서 놀던 프라모델을 부셔서 새로 제작하는 것.
실제로 최근 하세가와에서 출시예정인 '팔케'의 경우엔
그 핵심은 비행기 동체 두 개와 자가용 몸통
그리고 요구르트 병(마트에서 파는 거)의 조합이더군요.
그걸 조합한 후 퍼티를 떡칠해놓고 디테일업을 하고 도색을 해놓으니
'팔케'가 되어버린 겁니다.
이 얘기를 듣고나니,
뭔가 머릿 속에서 파앗! 하더군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요코야마씨만큼의 결과는 절대적으로 힘들겠지만,
뭐 어차피 아마추어 모델링이란 게 자기만족이니까
제가 하겠다는 데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도 해보고
집에 있는 탱크부품도 이리저리 만져보고 덧대보고 해서
최종적으로 나온 게 현재의 머리통입니다.
기존 자쿠I 머리를 가로로 잘라 밑뚜껑만 남겨놓고 윗뚜껑은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탱크 해치뚜껑을 양옆에 달아주고 프라판도 덧대주고
에폭시퍼티도 발라주고 했습니다.
모노아이쪽도 탱크 부품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만들어줬구요.
입에는 이빨을 달아줬는데요.
자쿠I의 얼굴을 봤을 때 딱 떠오른 이미지가 맷돼지였거든요.
그래서 맷돼지 이빨처럼 달아줬습니다.
이빨은 일부러 거칠게 깎아주었구요.
자쿠II가 세련됨이라면, 자쿠I은 투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뒷통수 오른쪽에 달린 것도 어디서 주워온 부품입니다.
도색느낌이 딱 제가 원했던 그 느낌이네요.
구판 특유의 손입니다.
구판은 구판 나름의 매력이 있죠.
무장은 도끼 하나입니다.
자쿠I용 머신건과 바주카가 있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자쿠I의 무기는 도끼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글 작성시점: 2009.03.12)